이달 초 삽량문화축전에서 선보인 ‘삼장수 밥상’을 기억하는가. 양산시가 특별히 연구용역을 통해 개발한 특화식단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우리 고장의 전설적 인물인 이징석, 징옥, 징규 세 장군의 기상을 주제로 음식에 담아낸 것이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전국의 크고작은 지자체에서는 고장을 빛낸 선조들을 추모하고 위업을 선양하는 정신문화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역사적 충효인물을 비롯해 전란에서 희생정신을 발휘한 의병장과 나아가 성춘향이나 홍길동, 일지매 등 소설 속 인물마저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삼아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양산시가 지난 20년 동안 충렬선조의 선양사업에 소홀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특히 신라시대 삽량주 간(지금의 양산시장)으로서 고구려와 일본에 가서 볼모로 잡혀있던 왕족을 구하고 왜왕에 의해 잔인하게 처형된 박제상 공에 대한 추모와 기념사업 주도권을 인근 울산시에 빼앗긴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제상이라는 문화ㆍ관광사업의 아이콘을 다른 지자체에 뺏긴 양산시가 또다른 소재로 발굴한 것이 삼장수다. 삼장수는 하북면 삼수리 태생으로 용맹과 기상이 뛰어난 세 형제 장수로 조선 초기 나라를 위해 혁혁한 무공을 뽐낸 무인들이다. 삼장수 중 둘째인 이징옥 장군의 생전 행적이 반란역도에서 우국충절로 인식과 평가가 선회된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이징옥 장군은 조선 태종 때 무과에 급제해 김종서 장군의 수하에서 북방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징옥은 54세 되던 해 계유정란이 일어나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왕에 오르는 과정에서 김종서 장군의 숙청 후 조정에 반대하다 죽임을 당했다. 역사적 평가에서 반역자로 폄하돼 왔지만 최근 들어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한 충절의 저항으로 재평가됐다. 징석과 징규 두 형제도 역시 무과에 급제하고 오랫 동안 무관 최고 관직에 올라 조정에 봉직한 바 이들 세 장수의 용맹과 충성은 대대로 자랑할 만 하다. 이번에 개발된 삼장수 밥상은 효, 충, 힘 밥상 등 3종의 코스요리 51점과 단품요리 2종 2점 등 모두 5종 53점으로 구성됐다. 코스요리 세 종류는 각각 삼장수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구성돼 음식을 맛보는 의미 외에도 선조의 충렬정신과 기상을 되새기는 효과를 기대하도록 했다. 더불어 양산시는 관광식단으로 보급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여기서 필자는 양산시의 충렬선조 선양사업의 허실을 짚어보기로 한다. 시는 이미 지난해 삽량문화축전에서 삼장수춤을 개발해 시민에 알렸다. 올해도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축전의 분위기 제고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번 삼장수 밥상과 함께 삼장수를 소재로 한 관광상품화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문제는 중요한 향토사 인물의 선양사업이자, 관광상품의 콘텐츠인 삼장수에 대한 선양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 향토사학계에서 지속해서 요구해온 삼장수 생가의 유적지화와 학술연구, 홍보활동이 그것이다. 삼수리 생가에는 삼장수의 후손이 600년 넘게 살고 있고, 보물급인 유물도 소장되고 있다. 또 하북면 일대에는 장군샘과 갑옷바위, 활소대와 도마교 등 삼장수 설화와 관련된 명소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통도사도 지척에 있다. 이런 까닭에 삼장수 생가 주변을 시에서 사들여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짓는 한편, 설화에 나오는 지점을 포함해 테마공원을 조성한다면 시민의 긍지를 드높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 되는 동시에 관광명소로 활용할 소지가 크다 할 것이다. 지금도 상북면 소토리 박제상 사당인 효충사 인근은 오가는 이 없이 방초만 푸른 상태다. 만고충절의 대표 인물로 이름을 드높였지만 정작 유적지 조성과 기념사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십수년째 문화제 때마다 박제상 관련 행사가 봇물을 일구고 축제의 주제로 채택돼 왔지만 축제가 끝나면 잊혀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왔던 것이다. 양산시가 올해 내세운 ‘양산 정명(定名) 600주년’의 의미는 우리 고장의 역사적 위상과 정체성, 충렬 선조를 기리는 정신문화사업이 망라돼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삼장수와 관련된 여러 사업이 일회성 또는 전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전략 아래 기초부터 다져나갈 때 비로소 양산의 기상을 대내ㆍ외에 알리는 문화 아이콘이 될 것이다. 삼장수 밥상의 성공 여부도 여기에 달려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사현장에 와서 질질 끄는 사업을 질타하며 조속한 개통을 약속했지만 얼마나 지켜질지 긴가민가다. 국가지원지방도60호선은 부산시 기장에서 전라남도 무안까지 연결되는 국가기간도로망 중 하나다. 1996년 최초 지정돼 구간별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맡아 시공 중이다. 우리 지역을 통과하는 구간은 부산시 기장군 월평사거리 분기점과 연결된 법기마을에서 신기동까지의 1단계 구간과 교동, 화제를 거쳐 김해 상동면과 연결되는 낙동강까지의 2단계로 나누어 시공되고 있다. 하지만 1단계 구간 11.4km가 착공 10년이 넘도록 완공되지 못하면서 공사구간 주민불편은 물론 시청 소재지와 웅상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도로망의 이점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북면 상삼리에서 내석리로 이어지는 지방도1028호 확장공사도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기껏해 5km에 불과한 전체 노선 중 1단계인 상삼~좌삼간 2.78km 구간의 공사가 착공 7년째인 현재까지도 30%의 공정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주택의 소음과 먼지공해는 물론이고 산재해 있는 농지의 경작을 위한 주민들의 고생은 말할 수 없다. 최근에는 용수로 공사를 잘못해 물이 논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좌삼에서 내석까지의 3km구간은 착공시기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웅상지역과 상북면지역 주민들이 장기간 민원을 호소하고 있는 공사현장의 공통점은 공사비 확보가 순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지도60호선은 정부의 예산을 받아서 경남도에서 관리하고 있고, 지방도1028호는 경남도 예산으로 진행 중이다. 이렇듯 양산시 예산으로 시행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예산 편성과정에서 양산시의 요구가 100%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구나 상북면의 지방도 공사의 경우 전임 김두관 지사 재임 시 추진했던 사업이라 홍준표 지사 부임 후 예산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비와 도비의 확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과 도의원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들조차 자신이 공약한 다른 사업의 예산 확보에 급급해 공사비 확보에 신경을 쓰지 못해 왔다. 상북면 지방도 공사구간 주민들은 총사업비가 500억원이 넘게 소요되는 이 공사가 과연 시급하게 필요한 공사였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알다시피 내석마을은 상북면 지역에서도 가장 오지마을인데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막다른 도로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교통유발시설이라고는 두 개의 공원묘원과 예비군훈련부대 한 곳이 고작이다. 봄가을 성묘철에 일시적으로 차량행렬이 몰릴 때가 있지만 1년 내내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일이 없는 도로다. 왕복 2차선으로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는 도로를 4차선으로 확ㆍ포장한다고 나선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을 공사로 인한 피해를 주고 있음은 오히려 주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지도60호선은 또 어떤가. 1단계 구간 공사를 10년 이상 끌어오면서 시공회사는 회사대로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지쳐가고 있다. 매년 찔끔찔끔 배분하는 공사비로 시공사는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곳곳에서 민원이 불거져 나와 또다시 공사를 지연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동원과기대에서 신기동으로 내려오는 구간에는 이미 포장공사가 완료되고 표지판까지 설치됐지만 종점 부분의 설계가 변경됨에 따라 추가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아 도로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표지판은 덮개로 가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월평구간은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다지만 신기동 구간 공사가 착수되지 않을 경우 반쪽도로로 남아있는 기간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임시로 개통된 이후 명곡동~북부동 간 2차선도로는 이미 교통체증이 시작됐다. 이번에 윤영석 의원이 내년도 사업비 207억원을 확보해 신기나들목 구간 4차선 완공이 가능케 됐다니 다행한 일이다. 또 상북면의 지방도 확ㆍ포장공사에 드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홍순경 도의원이 동분서주한다니 이 또한 기대할 일이다. 양산시도 직접 예산을 투입해서 추진하는 사업은 아닐지라도 시민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는 기간산업인 만큼 종전과는 달리 적극적인 자세로 사업추진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지도60호선의 1단계 마무리공사의 예산 확보뿐 아니라 2단계 구간의 실시설계에도 관심을 갖고 주민 불편사항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필자는 역사적으로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1965년 한일협정 문서 가운데 양산에서 출토한 부부총 유물에 대한 환수를 포기하는 내용이 적시된 문서를 확인한 것이다. 당시 문화재 청구 및 합의내용에 따르면, 일본국립박물관(지금의 동경박물관)에 진열하겠다는 일본측 요청을 받아들여 경주, 창녕 등 다른 지역 고분출토품을 반환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가 경제발전의 기회로 추진한 한일협정은 굴욕외교로 인식돼 많은 국민의 반발을 샀고 나중에 6.3사태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런 정치적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양산의 국보급 유물의 환수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조치가 이미 1965년에 합의문서로 남아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부부총은 사적 제93호로 지정된 북정동고분군 10호분으로 남아있다. 고분군 중에서 가장 큰 봉분으로 6세기 께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부로 추정되는 두 개의 인골은 관모와 복식, 장신구 등으로 미루어볼 때 삼국시대 신라의 귀족이나 왕조에 흡수된 지방 호족 또는 고관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유적이 1920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강제로 발굴ㆍ조사된 후 일본으로 반출돼 현재까지 소장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부부총 유물의 국내 환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민간에서 환수추진위원회가 결성돼 활동하기도 했고, 2년 전에는 문화원이 주축이 돼 민관합동으로 유물환수추진위원회가 발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부부총 유물의 국내환수 노력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올 4월에 양산유물전시관이 개관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쾌거가 이루어졌다. 부부총 유물의 기획전시가 성사된 것이다. 10월 15일 오늘부터 3개월 동안 유물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백년만의 귀환’이라는 이름을 붙인 양산부부총 특별기획전에는 보물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곡옥목걸이와 금동말안장, 금제굵은귀걸이 등 68점의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국보급인 금동제관은 보존상태를 감안해 아쉽게도 전시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전시는 국내 사학계에서 크게 주목할 정도로 이례적이며 역사적인 전시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들어 향토역사 바로세우기가 다양하게 성과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부부총 유물전시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향토사학계가 오랜 기간 동안 지역의 각종 유적이나 유물, 민간사적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종석, 김우헌 선생 등 1세대를 이어 정진화, 정동찬 선생 등이 주도해 온 향토사학계는 그동안 양산군지, 시지 편찬과 함께 임경대 등 유적 위치의 비정, 항일독립운동가 열전, 6.25전몰군경전사록 등을 편찬했고 충렬선조들을 한자리에 봉안한 충렬사 건립에 힘을 써 왔다. 양산시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박제상 공이나 삼장수의 인물 구현에 주력하는 한편 유물전시관을 조성하고 박물관으로 확대개편하는 등 문화사업에 힘을 쏟아 왔다. 특히 지난해 유물전시관장으로 외부영입한 신용철 관장의 초빙은 잘한 일이었다. 미술사학 박사 출신으로 학계에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화재청 감정위원을 역임한 뒤 통도사 성보박물관 학예실장과 경남도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해 온 신 관장은 전문가적 안목과 지식 외에도 지역의 옛 역사에 대한 절실한 염원을 가슴에 품고 취임했다고 한다. 그것은 기필코 자신의 임기 내에 일본으로 건너간 부부총 유물을 우리 전시관에 가져오고야 말겠다는 신념이었다고 한다. 일본의 동경국립박물관이 지방 소도시에 불과한 양산유물전시관 측과 대여전시를 협약할 정도로 완화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신용철 관장의 막후교섭 능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하는데 무리함이 없다. 신 관장은 이번 전시 성사의 원인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절실함’이라고 답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그가 엮어놓은 탄탄한 인맥과 시의 든든한 지원, 그리고 북정고분군 바로 옆에 조성된 유물전시관의 개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전문가로서 집념에 가까운 신념을 가진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제 우리 27만 시민은 우리 선조의 찬란한 문화와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긍지를 선양할 큰 계기를 만들게 됐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번은 전시관을 찾아 선조의 숨결을 느껴보면서 문화시민으로서 자긍심을 느껴볼 때다.
미국 어린아이들의 장래 희망 직업 1위가 소방관이라고 한다. 9.11사태에서 보듯 소방관들의 활약은 정의와 희생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미국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영웅 이미지가 강한 탓이다. 대대로 소방관 근무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에 대한 자긍심이 굉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면에는 그들에게 진심어린 존경심을 보내는 국민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소방관들의 임무가 단지 화재 진압에 그치지 않고 응급구조업무가 크게 늘어나면서 격무에 시달리는 만큼 사회에 대한 기여가 늘어나고 있다. 9월 한달 간 말벌집의 퇴치에 동원된 119구조대의 출동이 엄청난 횟수를 기록했다는 보도는 웃고 넘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119구조대원이 그만큼 깊숙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사례다. 가을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요즘 강원도의 경우 하루에도 몇 번 씩 등산객 조난사고로 구조대가 출동한다고 한다. 한 헬기 조종사의 말마따나 하루종일 공중에 떠 있어야 할 지경인 것이다. 격무로 치면 경찰관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 1급지로 승격한지 오래된 양산시지만 막상 치안수요를 해결하는 경찰관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다보니 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지구대 근무 시스템이 인력부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생치안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긴 하더라도 주거밀집지역에 대한 순찰 확대와 우범지역 순찰 강화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치안과 소방, 응급구조 업무는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공공활동이다. 밤늦게 귀가하는 자녀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부모, 심야에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긴급구조가 필요한 경우, 화재의 초기 진압을 위한 비상출동 등 각종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설이 주거지역 인근에 설치, 운영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양산시나 경찰서, 소방서 등에서도 어려운 가운데 예산을 확보해 노후시설을 개선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그런데 막상 시민들의 님비현상으로 인해 암초에 부딪친다는 것은 너무나 이율배반적이다. 북부동 상가골목 안에 있는 중앙119안전센터가 노후된 시설과 협소한 진입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기동으로 확장ㆍ이전하려고 하는데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웅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소방서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유지를 양산시가 매입한 뒤 소방서에 무상임대를 통해 새 건물을 지으려 설계까지 끝냈는데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까지 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시로 발생하는 출동 사이렌 소음과 이면도로의 혼잡가능성으로 주거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것이다. ‘필요는 하지만 내 집 근처에는 오지 말라’는 전형적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양주파출소도 인근 주민들로부터 입지반대운동에 시달렸다. 신도시 아파트 밀집지역의 치안 수요 해소를 위해 신설됐지만 바로 그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야간이면 심심찮게 술에 취한 사람들이 붙잡혀 오거나 출동하는 순찰차 소음으로 수면을 방해받는다는 것이다. 119안전센터의 기피 이유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반응은 신도시 2단계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편 호소가 전파된 영향이 크다. 소방서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어진 아파트에서 심야시간대 출동 사이렌 소음에 시달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서도 이런 주민 불편사항을 인정하고 사이렌 자제 등 필요한 대책을 내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응급상황이 주문대로 편한 시간대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한밤중에 잠이 깨는 시민들의 짜증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불가피한 공익활동에 대한 이해와 수긍이 필요한 대목이다. 원동면이나 동면 일부 등 면지역에는 치안과 소방기관이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없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음에 비추면, 도심의 이러한 님비현상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의 문명생활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양보와 이해를 요구한다. 공공활동으로 인한 불편과 제약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사회생활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화재나 응급구조, 범죄 발생시 신속한 출동을 바란다면 그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반대해서는 안된다.
가을비가 반갑다. 오랜 가뭄으로 해갈이 절실했던 대지 곳곳을 생명수처럼 적신다. 중부지방은 여름 내내 장마와 호우에 시달렸기 때문에 비소식이 마뜩찮겠지만 영남에서는, 특히 양산과 울산 등 동남지역에서의 가을비는 단비에 가깝다. 더구나 제법 큰 소리를 내며 굵은 빗줄기를 선사하면서 이미 심정적 해갈은 이룬 것 같다. 휴일 저녁 처마 끝에 매달린 물받이를 통해 수직낙하 하는 물기둥을 보면서, 마루에 앉아 낙숫물 소리를 감상하자면 옛 선비의 여유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당에 펼쳐진 여름꽃들의 자태가 아직 남아있는데 한때 목말랐던 화초의 갈증까지 해소시켜주는 가을비가 고맙기만 하다. 이처럼 때맞춰 진행하는 자연현상은 인간의 메마른 감성을 부드럽게 녹여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오히려 물질문명의 폐해를 심각하게 생각하여 정신적인 안정을 찾으려는 다양한 운동이 번져나고 있다. 여기에는 ‘느림의 미학’처럼 나노세계의 속도감을 벗어나 자연과 하나되려는 의식주 운동도 있고, 건강한 생활을 꿈꾸는 ‘웰빙’을 넘어서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웰다잉’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 문명국에서 시민들의 욕구는 ‘좋은 집, 좋은 음식’을 희구하는데 멈추지 않고 맑은 공기, 깨끗한 거리, 조용한 숲과 물, 공해 없는 안전한 주거환경을 요구하는 이른바 기본권리를 희망하고 있다. 현대의 도시개발 방향이 물리적인 토목개발 방식이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친자연적인 상생도시로 전환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양산시도 건강도시를 표방하면서 시민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부 도시개발정책의 진행을 보면 ‘살기 좋은 양산’ 건설의 의미가 무엇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가 있다. 가장 큰 문제로 대규모 공업단지조성사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양산시에서 직접 추진하고 있는 것만 해도 얼마 전 준공된 산막공업단지를 비롯해 석계1산업단지가 승인되자마자 이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석계2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웅상지역에서도 민간에서 진행 중인 산업단지가 덕계동에만 두 군데가 있고 용당산업단지가 기존 업체들의 주도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주남동 영산대학교 앞에 대규모 산업단지 두 곳이 허가를 받으려고 준비 중이다. 건강도시, 웰빙도시, 살기 좋은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양산시가 이처럼 공업화를 병행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도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개발과 보존이 양립할 수 없듯 공업단지의 확대와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이 공존하기는 매우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재검토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다. 양산도 마찬가지다. 영남알프스라고 칭할 만큼 아름답고 웅장한 산세가 특별하고 천성산 주변은 신성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이런 천혜의 자연은 대외적으로 관광자원이 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허파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에서 시작된 수백만평의 평야가 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시멘트를 덮어쓰게 됐지만 다행히 주변 삼림에서 주는 녹색효과로 인해 아직까지는 공해에서 다소 피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공단확대시책을 추진할 경우 이런 이점들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공단조성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그 입지의 선정에서부터 개발의 규모와 입주업종의 선별에 이르기까지 주거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시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과 문화분야까지 포함한다. 첫째, 입지는 기존 공단 주변으로 국한해서 선택돼야 한다. 자연상태가 양호한 녹지에 공단이 들어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둘째, 불가피한 추진이라 하더라도 주민의 건강을 해칠 만 한 업종은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첨단 무공해산업 유치만이 시민을 설득할 수 있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 개발을 원한다면 시민생활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시민의 건강과 주거환경이 우선이라면 개발위주 정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중소도시의 번영모델을 찾아보면, 산업화나 개발보다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아름답고 쾌적한 문화도시가 많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1년 이상 논란이 계속돼 온 디자인센터 건축허가가 떨어졌다. 양산시는 지난달 14일 물금읍 가촌리 7호 근린공원 내에 한국디자인진흥원 부설 디자인센터 건립을 허가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6천311㎡ 규모다. 지난해 7월 건축부지의 무상제공 동의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소수 의원들의 반발을 샀던 것이 발단이 됐다. 상정 당시 전문위원의 검토의견상 법규위반 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에 묻혀버렸다. 도시공원법상 공원시설에 ‘전시장’이 포함돼 있지만 디자인센터 건물을 전시장으로 볼 수 없다는 문제와 함께 공유재산상에 영구시설물 축조를 금지하고 있는 법규정도 거론됐다. 하지만 시는 모든 논란을 무시하고 당초 계획대로 건축허가를 단행했다. 시의회는 애당초 공유재산으로 볼 수 있는 공원부지(현재는 LH 소유지만 신도시 준공과 함께 양산시로 귀속될 재산임)를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데 동의를 한 마당에 뒤늦게 적법성을 따지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일부 의원들이 도시공원법과 건축법 등을 내세우며 위법 개연성을 따지고 나왔지만 이미 ‘인감 찍어준 마당에 뒤늦게 딴지 거는’ 모양이 돼 강한 태클이 되지 못했다. 양산시는 이미 시장의 추진 방침이 확고한 터라 참모진들이 거역할 분위기가 되지 못했다. 물론 시장이 결심을 굳히기 전에 참모들로부터 법 적용문제도 보고를 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의 고집만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장의 태도는 ‘법의 긍정적인 해석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실무자들로서는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폭주기관차가 돼버린 것이다. 여기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정책적 판단’이다. 법상 맞지는 않지만 ‘시민을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난주 시의회 특별위원회에서 나왔다. 담당 과장과 국장은 의원들의 법규 위반 지적에 대해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했다. 법에 맞게 처리한 것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면서 정책적 판단임을 강조한 것은 공직자 스스로 법 적용에 무리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날개가 꺾여버린 의원들이 허가부서 책임자에게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용의가 있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하겠다는 공직자의 답변만큼이나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고 말았다. 2년 가까이 끌어온 사업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디자인센터가 무엇인지, 어디에, 왜 들어서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또 허가가 됐다해서 직접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거나 손실을 입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생업에 바쁜 시민들이 시와 의회 간의 대치에 관심을 기울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적하고,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위법성을 제기하고, 시의원이 나서 허가해주면 안된다고 역설할 때는 이유가 있다. 지방정부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법을 집행하는 곳이다. 법을 집행한다는 것은 인ㆍ허가와 규제, 단속 등 모든 행위를 망라한다. 작게는 노점상과 주차위반 단속에서부터 크게는 공단조성허가에 이르기까지 관련 법규에 따른 행정행위를 한다는 말이다. 최근 북정공업지역 내에 공장허가 신청이 들어와 불승인했다가 소송까지 가서 결국 승인해 준 전례가 있다. 이렇듯 법에 맞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도 번복되는 것처럼 법에 맞지 않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자인센터가 들어설 땅은 도시공원법상 근린공원이다. 도시공원은 ‘시민의 건강, 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 지정목적이다. 따라서 법상 허용된 공원시설이 아니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수영장이나 헬스장 등 주민편익시설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에게 유익한, 그래서 공익적이라 볼 수 있는 시설도 공원 지정 목적에 부합되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다. 이번에 양산시에서 교부한 허가서에 따르면, 관련부서 협의 결과 관련법상 적합하여 건축법 제11조 등 규정에 의거 허가했다고 한다. 이것은 잘못됐다. 시가 스스로 공원시설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도시공원법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 행정기관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손실은 예산의 낭비나 시민 부담의 증가 등 금전적 측면으로만 계산해서는 안된다. 시민에게 공정한 법의 잣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연건평 1천900평에 달하는 웅장한 건물이 들어서고 난 뒤에는 설령 감사원에서 위법을 지적받더라도 회복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신문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옴부즈맨 코너가 ‘지면평가위원회’다. 옴부즈맨 제도는 200년 전 스웨덴에서 의회의 행정권에 대한 견제 목적으로 시작됐다. 잘못된 행정 처리나 정책에 대해 해당 기관의 해명을 요구하고 직접 조사한 결과를 외부에 공표하는 활동으로 올바른 국정 운영과 국민 권익 보호의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 제도가 언론에 접목돼 독자의 불만을 수렴, 인용하고 시정하는 제도로 발전했다. 양산시민신문은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기사 외에도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지면에 반영하고 있다. 정기적인 외부기고자의 칼럼과 의견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의 목소리도 발언대나 독자기고를 통해 여과없이 게재하고 있다. 또한 2달마다 한 번씩 열리는 지면평가회의는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이 기간 내 발행된 우리 신문의 기사나 편집, 광고 등 모든 분야에서 때묻지 않은 비판과 지적을 쏟아내는 자리다. 위원들만의 회의로 진행되지만 특별히 편집국장이 임석해 질문에 답하거나 지적사항에 대한 시정 결과를 보고하기도 한다. 위원들은 제각기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시민들로서 각계의 다양한 요구와 건의를 전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편집주체로서 참석한 자리지만 가시방석일 때가 많다. ‘OO자문위원회’처럼 공치사나 늘어놓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원들의 비판과 지적사항 중 뼈 아픈 주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비판의 펜 끝이 무디다는 지적이다. 지역사회를 주도하는 기관 즉, 시(市)나 의회, 치안과 교육 등 자치행정의 구성요소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경우 심층취재를 통해 위법 부당성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느슨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의 한계는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언론사 경영과 편집권 독립이라는 절대명제를 준수하면서 취재객체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부분이나 협소한 시장에서 장기간 활동해 온 기자들의 매너리즘에 대한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추진과정에서 시민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관 주도로 밀어붙일 때 사계 전문가 집단과 함께 원천적인 평가와 대안 제시에 부족했던 점도 솔직하게 인정한다. 시민단체의 토양이 척박하다는 변명은 적절하지 못하다. 정치권의 이기주의에 편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 성수기에 지역의 현안과 시민정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정치인들 위주로 여론을 조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 자신만이 적임자라고 큰소리를 치다가도 막상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민 앞에서 사라지고 마는 정치꾼들의 행태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부끄럽지만 부인할 수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편 가르기도 모자라 끊임없이 지역사회를 분열시키는 패거리정치의 병폐를 진중하게 보도하지 못한 과오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의 사명을 망각해선 안 된다는 자성(自省)을 해본다. 따뜻한 이웃의 삶을 조명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변명으로 이해를 구한다. 최근 공공저널리즘의 일환으로 지역사회의 낮은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시민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강화하고 있는데 정치, 사회기사에 식상한 독자들의 관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기자들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음을 알려드린다. 원동중학교 야구부의 성공 스토리가 전국에 회자되면서, 지역에 고교 야구부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독자들도 많았다. 그래서 협동심과 형제애로 똘똘 뭉친 야구선수들이 3학년 2학기가 되기 전에 전학을 가야만 하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언론이 제 몫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회의 어떤 특정한 이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책 마련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제는 언론의 공공적 사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의 역량 강화도 필수적이고, 전문가 그룹의 애향심을 촉구하는 구심점이 언론을 통해 결집돼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지면평가위원회의 공식 견해와 지적은 우리 신문의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거름과 같은 것이다. 어렵고 열악한 지역언론 환경 속에서도 10년을 커왔고 또 앞으로 100년을 지향하는 양산시민신문은 그런 목소리를 가슴에 깊이 새겨들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더 많은 관심을 마라마지 않는다.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서민들의 소박한 바람처럼 어려운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집권 6개월을 보내면서 부동산 대책과 세제 개편, 교육제도 개정 등을 통해서 경제를 부흥시키고 일반 국민들의 씀씀이를 줄이려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유층이나 중산층 이하 서민들까지 지갑을 꽁꽁 닫는 극심한 소비억제가 지속되고 있다. 추석은 설과 더불어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지만 특히 옛 농경문화의 유산으로 수확한 농산물을 조상에게 바치고 가족과 이웃이 한데 모여 자축하는 추석은 즐거운 명절이다. 게다가 조상의 묘를 살피고 집안의 대소사를 논하는 자리가 돼 미풍양속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전국 각지에 떨어져 사는 친지들이 대부분 고향을 찾게 되고 이런 귀성(歸省) 행렬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수많은 도로를 메우는 사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얼마 전 TV에서 귀성열차 승차권을 예매하는 행렬을 지켜본 적이 있다. 새벽부터 늘어선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보면서 참으로 우리 민족의 귀소본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고향가는 길에 목이 메게 하는 걸까. 올해 추석연휴는 다행히도 주말을 포함하면 5일 이상을 쉴 수 있게 돼 있어 귀성객들이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이동하는 추석절에 자동차로 가득 메운 도로는 물론 하늘길이나 바닷길 할 것 없이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대이동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귀성 행렬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떠오른 상념이 있다. 귀성길의 정체현상은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지방의 부모들이 수도권 자식들을 찾아 상경하는 이른바 역귀성이 늘어나고 있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지방으로 향하는 귀성인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자동차 보유가 늘어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귀성은 다소 줄었지만 고향을 찾는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평소의 고된 인생살이를 벗어난 미소가 가득하다. 근대 이후 사회의 발전과 경제의 성장은 대다수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지만, 서울로 통하는 ‘부(富)의 집중 현상’이 심화돼 온 것도 사실이다. 1980년대 사회상을 노래한 가수 정태춘은 ‘고향 잃은 사람들의 어깨 위로 무거운 짐이 되어 얹힌 달… 밤 새워 이 거리 서성대는 고단한 서울의 달’이라고 읊조렸다. 지난 이명박 정부 초기에 불명예스럽게 회자되곤 했던 ‘강부자’는 1970년대 이후 개발붐을 타고 강남의 뽕나무밭 주인들이 졸지에 벼락부자가 되는 세태를 희화화한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새마을운동과 개발 드라이브 정책으로 대변되는 박정희 정부 이후 전반적인 국민소득이 상승했지만, 재벌기업의 등장과 수도권 집중현상은 두고두고 어두운 사회병리현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4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서울은 세계 유수의 도시로 발전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 전역이 수도권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지방의 균형적 발전이 병행되지 못 했다는 것. ‘말은 낳아서 제주도로, 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낸다는 전래의 격언이 현실화된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 부활과 함께 지방분권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추진되고 세종시라는 준 행정수도가 세워졌지만, 국민들 가슴 속 깊이 인(燐)처럼 박혀있는 수도권 중심사상은 확고하다 못해 처절하기조차 한다. 우리 양산시민들에게도 적용해 보자. 가족 중 한두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경우는 너무나 흔한 현상이다. 고착화되다시피 한 지방 홀대는 지역에 소재한 대형마트나 대기업 산하 중소기업의 매출이 지역에 환원되지 않고 서울로 올라가는 기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 중심부 아파트의 반값도 안 되는 분양가에도 청약은 부진하고 정부에서 내놓는 부동산 대책도 지방으로 내려오면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지고 만다. 경제 여건이 그만큼 다른 것이다. 새 정부에서 지방세인 취득세 인하조치를 영구 법제화하겠다고 해 지방자치단체의 집단 반발을 자아낸 것처럼, 지방의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국민 편에서 정책을 양산하다간 중앙과 지방 불균형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고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의 사회양극화는 해소되기 어렵다. 추석 귀성인파가 늘어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추석이 되면 바깥 나들이길이 조용해지는 그날이 살기 좋은 나라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까.
각기 다른 단체에서 오로지 봉사활동에만 주력하던 여성들이 두 편으로 나뉘었다. 오랫동안 10개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를 아우르며 구심점 역할을 하던 ‘여성단체협의회’가 지난해 황신선 회장이 새로 취임한 뒤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절반 이상의 단체가 탈퇴해 개별활동에 들어갔다가 이번에 ‘여성단체연합회’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인 것이다. 갈라진 두 세력을 옹호하는 그룹의 입장은 단호하고, 또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여성단체들을 결집한 모임이니만큼 회장단 선출도 서로 존중하는 추대형식으로 진행돼 왔던 것이 지난날 모습이라면, 이번 황 회장 선출 때는 어찌된 일인지 투표까지 가는 각박함이 연출됐다. 1표 차이로 어렵게 당선된 황 회장은 경쟁자를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상대편을 임원으로 위촉하면서 화합을 이루고자 했지만, 그 이후의 몇 가지 사건들로 인해 일부 단체의 탈퇴 러시에 원인 제공을 하게 된다. 협의회장 선출과정에서 양산시 관련부서의 부당한 개입을 의심하고 있던 황 회장은 취임 후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고, 시로부터 여성단체 대표로서의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정부기관에 진정을 통해 관련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됐다. 여기에다 시 고위공직자까지 나서 황 회장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난함으로써 양측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됐다. 이후 일련의 과정은 여성봉사단체의 설립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다분히 정치적으로 흘러갔다. 대부분의 관변단체가 그렇듯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는 여성단체들이 시 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 회장은 내부적으로 거센 퇴진 압력을 받게 되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여성단체협의회는 급속하게 와해일로를 치닫게 되는데 취임한지 1년 만에 10개의 소속단체 중 일곱개 단체가 빠져 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보다못한 시의회가 나서 시 당국을 질책하고 여성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라는 주문을 내놓지만 담당공무원들은 하나같이 여성계 자체 문제로 치부하면서 표면상 적극 개입을 주저해 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 빠진 황 회장의 협의회를 여성정책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시 당국의 일관된 처사는 그동안 여성친화도시 추진과 여성관련 행사에서 여성단체협의회를 배제하는 편법을 구사했다. 이런 과정이 이번에 새로 구성된 여성단체연합회의 결성과정에 묵시적 후원이 됐을 거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1년 반 이상 대립하면서 양산시의 중재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하영근 복지문화국장이 부임한 뒤 시의회 사무감사장에서 지적받은 것을 기화로 몇 번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성계 원로들이 주선한 모임에서조차 서로 진정성이 결여된 상태로 회동함으로써 오히려 간극의 고착화가 심화되었다는 인상을 씻을 수 없다. 오랜 연륜을 쌓아온 여성단체협의회가 이렇듯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지켜본 시민들로서는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여성친화도시라는 특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양산시가 오히려 여성계의 분열을 막지 못한다는 비난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훌륭한 단체라도 흠결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모임의 대표가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언행으로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당연히 조직의 규정에 따라 문책하고 응분의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자진사퇴를 요구할 수도 있고, 불신임의 조치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조직을 탈퇴해 취지가 유사한 새로운 단체를 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 당국도 불과 두 달 전 사무감사장에서 공식적으로 새로운 여성단체모임의 결성은 있을 수 없다고 장담했었다. 새로 결성된 여성단체연합회측 입장에서는 세간의 눈총이 섭섭할 수도 있다. 여성친화정책의 추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자 해도 장애물이 가로막혀 시 당국과의 통로가 부재한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 하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여성계의 활동에 제약을 주고 있는 걸림돌을 원활하게 해소하지 못한 여성단체협의회의 대응이 지적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어찌 되었든 여성계가 양분돼 출혈대립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시민화합 차원에서 여성계가 다시 뭉치기를 기원한다.
요즘 웅상지역 학부모들은 신이 났다. 문화체육센터가 10년째 시민 휴식공간으로 제몫을 다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청소년수련관을 리모델링한 웅상도서관이 개관했고, 옛 도서관 건물은 도비와 시비를 합쳐 12억원을 들여 만든 3D과학체험관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주동에는 영어도서관이 착공돼 내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공식개관한 3D과학체험관은 한 달 이상 예약이 밀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문제는 이곳을 찾는 시민의 편의시설이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주차장이다. 주진동 야산에 자리한 웅상도서관과 3D과학체험관을 찾는 이용객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의 주차장시설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아래위 다 합쳐도 50대를 수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 올라가는 비탈길 가에 주차한 차량이 35번국도 사거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차된 차량을 피하면서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차량을 만나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운전이 서툰 여성운전자들은 후진으로 비탈길을 내려가기가 쉽지 않아 어쩔 줄 모른다. 간혹 주차 차량과 접촉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달리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경사도가 거의 30% 가까이 되는 비탈길이라 올라가는 길에 잠시 정차라도 하게 되면 아무리 자동변속차량이라 해도 뒤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해 초보 운전자들의 공포는 상상 이상이 된다. 그래도 우리들의 용감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위험천만한 나들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웅상도서관 주차문제는 이미 해묵은 고질민원이다. 수십억을 들여 멋진 시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시설을 찾는 시민들의 편의는 뒷전이다보니 시민들도 이제는 포기상태인 것 같다. 하지만 방학을 맞아 3D과학체험관이 개관하면서 이용객들이 크게 늘어나자 시민의 불만도 참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는 시 당국의 소극적인 입장도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주변여건상의 어려움을 들어 주차장 확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도에서 200m 정도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는 도서관 진입로 주변에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지형상 고도차가 많이 나는 사정을 감안해도 그렇다. 현재 도서관 부지는 더 늘어날 곳이 없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이런 답변은 전형적인 관료적 발상에서 오는 소극적 대처에 다름 아니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만들어놓고 이용객들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처사는 시민을 위한 행정에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35호국도 사거리 주변 토지는 상당 부분 미개발지로 남아있다. 개인용도로 개발되기에는 효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치된 나대지를 매수해 공용주차장으로 확보하면 주간에는 도서관과 체험관 이용객들이 이용하고, 야간에는 인근 주민의 차고지로 쓸 수 있지 않은가. 주차장에서 도서관까지 가는 언덕길이 상당하지만 캐노피를 설치해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보행전용통로를 만든다면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오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산책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강원도를 찾은 여름휴가길에 춘천시에서 미래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애니메이션 콤플렉스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아름다운 호수를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부대시설도 볼 만 했지만, 이용객들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넓은 주차장과 벤치가 놓인 잔디밭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시설 이용에 그치지 않고 호반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하여 보고, 즐기고, 머물고 싶은 유인력이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양산에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만 한 시설물들이 산재해 있다. 역동적인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시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설을 만든다 하더라도 이용객의 입장을 고려한 편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제 기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금신도시에 있는 워터파크도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다. 주거밀집지역 인근의 시민휴식공간으로 잘 만들었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주차장시설의 태부족으로 인근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예산은 시민의 혈세이니만큼 아껴쓰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쓰는 것이다. 정체불명의 도로 조형물, 무분별한 고가의 가로수 식재,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근로자 체육시설 등 뭉텅이 돈은 펑펑 쓰면서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의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8월 1일자로 양산대학교가 교명을 동원과학기술대학교로 바꾸었다. 1991년 3월 개교한 양산대학교는 그 이름에서 보듯 우리지역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대학이다. 개교 당시 설립자가 작고한 오근섭 전 시장이었다. 오 전 시장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했지만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큰돈을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뚝심을 보였다. 한때 사석에서 자신의 가방끈은 짧지만 대학 교수 임용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니 한이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시장선거에 출마해 몇 번의 실패를 딛고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또 재임 중에 부산대학교로부터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양산대학교는 설립 4년만인 1994년 동원개발그룹 소유자인 통영 출신 장복만 씨가 인수해 본격적인 전문교육기관으로 발전을 하게 된다. 장복만 이사장은 동원교육재단을 통해 이미 고향인 통영시 교육사업에 진출해 있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통영제일고와 통영동중학교는 지난해 동원고등학교와 동원중학교로 각각 이름을 바꾸었다. 부동산개발과 건설업을 주축으로 금융, 교육, 문화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동원개발그룹 장복만 대표의 아호(雅號)가 동원이다. 그는 경남지역 경제계에서 알아주는 재력가다. 두 학교의 신축이전에 즈음하여 500억원 가까운 사재를 희사한 장복만 이사장은 통영시로부터는 시민대상을,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는 경남교육상을 각각 수상했다. 장 이사장은 2009년 장남 장호익 씨를 양산대학교 총장으로 임명해 친정체제로 굳힌 후 적극적인 학교발전을 도모했다. 이번 교명 변경도 장호익 총장이 2011년 선포한 ‘비전2020’이라는 대학장기발전구상의 일환이라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덧붙여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 미래지향적 글로벌 대학으로 위상을 정립한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학교측의 충실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양산대학교의 교명 변경 소식은 시민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다. 23년 전 처음으로 대학이 설립되고, 이어서 영산대학교가 개교하면서 지금은 교육중심도시로 거듭나고자 하는 시세(市勢)의 배경에는 양산대학교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을 내세운 대학교는 그 도시의 시민 긍지를 대변한다. 그런데 이제 그 교명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학교이름에 붙은 것은 시대적 추세로 인정할 만 하지만 양산이라는 지명이 학교재단 오너의 호로 바뀐 것에는 선뜻 수긍하기 힘든 일면이 있다. 특히 그 이유가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함이라니 더욱 시민으로서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양산시를 움직이는 고위 공직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양산’이라는 도시 이름의 브랜드 가치가 크지 않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대학교 이름에 그 학교가 위치한 도시의 이름이 붙어있다 하여 발전한계가 위축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작위적이다. 오히려 양산을 표방한 학교가 발전을 거듭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면 학교는 물론 도시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양산은 인접한 거대 도시 부산과 울산의 영향으로 다른 지방도시와는 다른 지역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연대기능의 부족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시민운동의 토대나, 지역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이 대학이다. 행정기관의 견제, 환경운동 전개, 나아가 미래의 비전을 위한 자문역할 등이 대학에서 담당할 분야다. 우리 지역에는 두 개의 대학이 있지만 이런 활동에서 구심점이 취약하기 때문에 진정한 도시발전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 교직원 대부분이 인근 대도시에 거주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나 향토애 등이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때 양산대학교의 교명 변경이 지역사회에 주는 상실감은 부인할 수 없다. 학교 내부에서도 교명 변경에 대한 반발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학의 오너가 내린 결정이니만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동원과기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비록 교명에서 ‘양산’은 빠졌지만 ‘양산’을 도외시한 발전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양산시 명곡동에 자리한 캠퍼스가 존재하는 한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인재양성기관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선거철이 되면 회자되는 말이 있다. ‘양산시 인구의 20%도 안 되는 토박이들이 사실상 여론을 주도한다’. 매년 줄어들고 있다지만 이들이 지역에서 흔들리지 않는 파워를 과시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대대로 관연(官緣)과 부(富)로 집중되는 매카니즘이 자리하고 있다. 신흥산업도시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인 토호(土豪)는 도시의 발전과정과 그 궤를 같이한다. 1차산업을 주로 영위하던 시기에는 지주계급이 사회를 이끌었다. 그러다가 공단개발 등 산업화가 촉진되면서 다양한 지도층 계급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땅부자는 일부자’ 시대를 지나 재력이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지도층의 기본 요건으로 떠올랐다. 1980년대 이후 신흥재벌이 등장한 배경이다. 부모의 재력을 바탕으로 사업가로 변신한 2세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또 하나의 리더그룹이 있다. 다양한 사회구조 속에서 우후죽순처럼 탄생한 각종 관변단체와 사회봉사단체, 체육회 산하단체들이 그것이다. 토호세력이 대외적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방편이기도 하지만 간혹 성공한 외지인의 주류세계 진입 발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활동영역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소속 그룹의 파워를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토박이가 아닌 사람들이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업활동, 공직종사, 사업이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양산에 정착한 사람들 중에는 주류사회 진입장벽이 높음을 절감하고 연고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타 지방 출신이라면 지역에서 수십년을 살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펴더라도 주도적 리더그룹에 끼는 것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주류의 속앓이가 시작된다. 1980년대 이전에는 주류의 범주가 넓지 않았기 때문에 고전적인 의미의 유지(有志)들이 큰목소리를 냈다. 유림의 후손, 세도가의 자제, 고위공직자 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단기간의 경제성장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면서 기존의 지도층 대신 새로운 토호를 만들어냈다. 뒤이어 민선 단체장시대가 열리면서 정점(頂点)이 만들어졌다.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부상하는 그룹이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민선 4기 이전 역대 시장들을 중심으로 세력이 편성되는 가운데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민선 5기 나동연 시장이 취임일성으로 ‘삼불오행’을 내세우며 청렴한 공직자상 정립에 나섰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측근들의 전횡마저 불식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지방권력의 핵심이라 할 시장직 주변에서 소외되지 않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 끈을 놓고 싶지 않을 터이다. 대체로 관연(官緣)과 부(富)는 서로 통하고 먹이사슬처럼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는 그 자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비주류는 신분 상승을 위한 방편으로 주류세계 진입을 꿈꾼다. 시키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서 방패가 되어준다든지 총대를 메 준다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려는 애절한 몸부림이거늘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지난달 양산시의 여성주간 행사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비주류 콤플렉스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2년째 해소되지 않고 있는 여성단체협의회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은 수차례 시의회의 지적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 행사에서 뒤로 빠져있는 듯해 보이는 시 당국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태는 실상을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비겁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런 양상에는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단체협의회의 의미를 망각한 회장선거가 근원이었다면, 회장이 된 사람의 리더십 부재가 드러났고, 기득권층에서는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부족했다. 이후 여성단체들의 와해를 방관 내지는 부추긴 시 당국도 미필적 고의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난주 전국실업배구대회가 열린 체육관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저명한 관변단체 대표가 임석한 나 시장 앞에서 개막식에 시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듣기에도 민망한 언사를 쏟아내 주변의 빈축을 산 것이다. 발끈한 의원들이 모여 해당 단체장 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그또한 모양새가 우아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현상들은 어쩌면 비주류가 되기 싫은 강박관념이 낳은 ‘충성도 과시’나 ‘줄 대기’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 편찬의 기초자료인 사초는 후대의 평가를 좌우하는 귀중한 문건이므로 보존의 중요성이 남다르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지 않음이 확인됨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에서 출발한 여야의 대치가 정부 공식기록인 사초의 폐기 논란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 이성계가 건국해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 동안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책이다. 실록 편찬시 이용되는 자료는, 정부 각 기관에서 올라오는 각종 문서를 연대별로 정리한 자료와 함께 직전 왕 재위 시의 사관(史官)들이 작성해둔 사초를 모태로 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전임 사관들은 품계는 비록 낮았지만 항상 궁중에 들어가 입시(入侍)해 임금의 언행을 비롯해 신하와 함께 국사를 논의, 처리하는 것을 보고들은 대로 직필하여 사초를 작성했다. 조선시대의 사법(史法)이 매우 엄했기 때문에 사관은 사실을 직필할 수 있었다. 간혹 왕이나 상관에 의해 사초에 대한 비밀엄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사화(士禍)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목숨을 걸고 강직하게 의무를 다한 사관들이 있었기에 후세에 지난날의 역사를 반추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록물의 역사는 현대 정치와 행정에서도 답습돼야 한다. 또한 대통령과 정부에 국한돼서는 안된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각급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지역개발정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추진과정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보존돼야 함은 사필귀정이다. 경전철사업의 무리한 추진으로 막대한 재정 손실을 안겨준 지자체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 그 책임을 물으려 해도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는 ‘남의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시대에 시장의 권한은 막강할 수 밖에 없고, 시의회 의원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한해 6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운용하는 양산시로서는 예산 낭비를 예방하는 문제와 함께 국책사업의 추진과 도시계획의 입안, 특혜나 탈법의 소지가 있는 인ㆍ허가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책임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후에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릴 수 있도록 상세한 추진과정의 기록 보존이 필요하다 하겠다. 최근 시의회를 중심으로,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북정선 연장사업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경제타당성의 근거가 되는 수요 예측이 부풀려져 있다는 것과 ‘상권의 대도시 빨대 효과’와 ‘시 외곽지역 교통의 불편 초래’라는 역기능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자체의 실패사례에서 얻는 교훈도 있는 만큼 대형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주요 인물의 언행이 기록되고 보존돼 책임소재를 가리는 자료로 활용돼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 밖에도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돼야 하는 사안은 얼마든지 있다. LH공사의 사송보금자리주택지구의 용도변경 시도 과정에서의 양산시와의 교감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디자인센터 건립에 제공된 공유재산의 처리와 인ㆍ허가에 관련된 공직자들의 판단과 행정처리 과정도 기록이 남아 있어야 차후 문제 발생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석계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양주중학교 환경문제는 공단개발 우선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학습권 침해와 공해로부터의 안전장치 부족으로 인한 이전 요구를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입안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되고 있는지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기록은 어떻게 관리돼야 하는가. 조선시대처럼 사관이 따라다니면서 기록할 수도 없고, 공청회나 주민설명회처럼 일회성 모임의 기록이 제대로 보존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의회의 기능에 있다. 앞에서 언급한 논란이 예상되는 사업이나 정책, 인ㆍ허가에 대해 시정질문이나 사무감사, 또는 상임위 활동을 통해 관계자들을 불러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자리를 만들어라는 것이다. 의회의 회의는 모두 공개될 뿐 아니라 속기록을 통해 보관되는 것이니만큼 후일 특정 사안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양산시의 관료 조직은 물론 선출직 정치인들의 공적(公的) 행위는 세월이 흐른 뒤에라도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그 책임이 막중할 때에는 구상권(求償權)까지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권력의 남용이나 무책임한 방종을 막을 수 있다.
인ㆍ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행태 중 가장 많이 지적받는 것이 ‘경직된 법규 해석’이다. 가끔 불만섞인 민원인들로부터 ‘안 되는 방향만 찾는다’는 힐난을 들을 정도로 법조문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당장은 칭송을 들을지 몰라도 ‘나중에 감사에서 지적받으면 나만 손해다’라는 인식이 복지부동(伏地不動)의 폐단을 낳기까지 한다. 민원인이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에는 상급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거나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으라는 식의 ‘면피식 관행’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5월 신청된 양산시에서 디자인센터 건축허가 처리과정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금읍 가촌리 도시공원구역 내에 건립코자 하는 디자인센터는 그동안 시의회 일부 의원에 의해 위법성이 제기됐고, 관련 공무원들도 일부 시인하면서 허가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논란을 거듭해 오면서도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양산시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관련 업무 담당부서에서 한 번도 주무부처에 공식적인 질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법성 여부가 논란이 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공유재산(시 소유 재산을 말한다)을 정부기관이 아닌 자에게 무상으로 사용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첫째요, 허가 신청된 건축물이 법상 허용된 공원시설인 ‘전시장’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두 번째다. 양산시에서는 시의회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무상제공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원 관련법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건축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양자간에 대립하고 있는 이견을 해소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공무원들이 가장 즐겨하는 ‘주무부처의 유권해석’을 받아보면 한순간에 풀릴 일이기 때문이다. 공유재산의 관리 측면에서는 안전행정부에, 공원시설의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에 문의해 그 해답을 구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산시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 양산시는 디자인센터 건립의 합목적성을 내세우고 있다.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디자인허브도시 기능의 중심이 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문제는 법규의 위반 소지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도시에서의 불법 현수막 문제는 많은 지자체들이 겪는 공통된 사례다. 특히 최근 아파트 분양광고 현수막이 길거리를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시가 강력한 단속에 나섰다. 건당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규를 내세워 일제정비에 나선 것이다. 상당한 단속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아파트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경기의 회복이 더딘 데다 기존 미분양 물량 해소도 안 된 상태라 더욱 분양에 목을 매게 됐다. 그러다 보니 수백개의 똑같은 현수막이 수십미터 간격으로 나붙어 미관을 훼손하고 교통안전을 위협한 것도 사실이다. 보행자들로서도 보기는 싫지만 사업자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생각돼 이해가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시의 단속 강행에 대해서 뭐라고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일반 시민들의 행위에서는 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에 대항할 수 없다. 법전을 앞세운 단속공무원들의 서슬에 마땅히 반론을 제기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법을 어기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준법성이다. 법치주의에 기댄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근원인 행정기관에서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관련 법규정을 임의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장래의 확신도 문제지만 유사 사례의 재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센터의 허가 문제는 복합민원이기 때문에 관련 부서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여기서 개별적인 업무의 담당부서는 ‘떠넘기기 식 답변’으로 문제를 호도해서는 안된다. 책임행정은 차후에라도 위법의 소지를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문제가 예상되는 것은 지금이라도 주무부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그 답을 얻어야 한다. 정작 ‘경직된 법 해석’이 필요할 때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는 복지부동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백번 양보해서 디자인센터가 법상 공원시설인 ‘전시장’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건축과에서 허가할 사항이 아니라 녹지공원과에서 공원시설로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덧붙이고자 한다.
35년 전 유산공단(지금의 양산공단)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어곡초등학교의 앞날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춘추원 인근 양동마을이 모두 철거되고 유산마을이 통째로 편입돼 지금의 새동네로 이주할 때도 어곡동까지 공장 연기가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모래밭에 밀려드는 밀물처럼 공장이 늘어나기 시작해 화룡마을 앞산을 삼키고 용선마을 턱 밑까지 공장이 들어서자 때늦은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곡초등학교는 아예 공단의 한 부속물처럼 되고 말았다. 1980년대 개발붐을 타고 양산에는 공단조성의 광풍이 불어닥쳤다. 때마침 인근 부산시의 주거지역 내 공장 이전 방침으로 새 부지를 찾던 기업주들에게 양산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북정지역에 산재해 있던 소규모 공장 주변을 공단으로 개발한 ‘북정ㆍ산막지구 공업용지조성사업’은 대박을 터뜨렸다. 여기서도 ‘한지에 스며드는 물’처럼 인근을 잠식하며 확장되던 공장용지 수요는 끝내 시청이 주도하는 대규모 공단조성사업으로 발전됐다. 이 과정에서 소토초등학교는 사방이 공장과 고속도로에 둘러싸이는 최악의 교육환경을 감수하게 됐다. 공단 한가운데 섬처럼 고립돼 악취와 기타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두 학교는 수 년 전부터 대책을 호소하였고, 그 중에서 어곡초는 2년 전 교육부로부터 이전을 승인받았다. 학교를 옮길 땅도 정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에 이전학교에서 개학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진전된 것이 없다. 교육부는 이전만 승인했지 돈은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원인제공자인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190억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에 대해서 교육청도 양산시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창회와 학부모들도 한숨만 내쉬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전이 예상되는 학교’라는 이유로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마저 끊겼다는 것이다. 어곡초 문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 소토초 이전대책위 관계자들은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졌다. 교육부의 이전 승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들로 하여금 의기소침하게 만든 것이다. 산막공단 진입로 공사로 인해 학교 주변은 하루종일 소음과 분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교문 안으로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데 급급할 뿐이다. 이런 와중에 또다른 학교가 공단으로 둘러싸이게 됐다. 바로 양주중학교다. 상북면 석계리 산 중턱에 자리한 양주중학교는 1969년 양산중학교 분교로 출발해 2년 뒤 정식으로 인가받아 오늘날까지 6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깊은 학교다.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친환경 학교로 조성되기도 했다. 석계1일반산업단지가 학교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북쪽에 지정돼 착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석계2일반산업단지계획의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양주중학교 동쪽으로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에 80만㎡의 대규모 공단이 추가로 계획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학교장과 해당 지역 시의원은 당연히 학습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언제부터인가 양산시는 지역발전의 모멘텀으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내세우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가격만 맞으면 공장용지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이 시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공단 조성으로 경영수익을 올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시정 방침은 일견 그럴 듯 하게 보인다. 예부터 ‘개발’과 ‘보전’의 대립되는 양 개념은 문명세계의 ‘빛과 그림자’로 인식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환경파괴를 불러일으켜 쾌적한 주거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무조건적인 보전은 성장 잠재력을 상실해 도시의 후진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은 동시에 다 일리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책 판단의 키 포인트가 되어야 할 점은 미래에 대한 가치가 될 것이다. 문화와 관광도시가 되고자 하면서 가는 곳 마다 공장 연기가 무성하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이 잘 되는 도시를 지향하면서 학습환경을 최악으로 만드는 것은 더욱 심한 자가당착이다. 양산시는 대규모 공단 조성에 대한 실행 근거와 지역발전 구상이 확고하다면, 이를 추진하기에 앞서 시민 스스로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른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막공단 근로자 체육시설 조성에 1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이면서, 공장공해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할 지경인 학교 이전에는 수수방관하고 있어서야 어찌 교육도시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제129회 양산시의회 제1차 정례회가 1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회됐다. 이번 회기에서는 양산시 행정사무감사와 지난해 세입ㆍ세출 결산 승인, 조례개정안 심의 등이 이루어졌다. 특히 9일간 진행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사실상 5대 의회의 마지막 감사인 만큼 의원들의 송곳질문과 추궁이 이어져 출석한 공무원들을 내내 긴장하게 했다. 그 중에서도, 신도시 공원 내 디자인센터 건립부지의 무상제공에 대한 법규위반 소지 지적, 북정공업지역 행정소송 미온적 대응에 대한 질타, 각종 사회단체와 교육경비 보조금 집행의 관리감독 부실 추궁, 유명무실한 원도심 활성화사업 지적 등 굵직한 사안들이 감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올해부터는 시의회 회의진행상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 의회 홈페이지 인터넷 방송과 스마트폰으로의 모바일 전송까지 이루어져 회의 내용이 가감없이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회의 진행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원측에서 보자면, 무조건 큰 소리로 기선을 제압하고 보는 투사형 질문이 많이 사라졌다. 고함과 호통으로 상대를 제압한 뒤에는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하는 ‘보여주기 식’ 질문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목조목 법규와 매뉴얼을 제시하며 부당한 사례를 따지는 의원에 대한 지지가 상승하고 있다. 덧붙인다면, 의사진행 공개에 따른 효과로 폭발성 강한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토지주택공사 현장감사에서 튀어나온 ‘사송택지조성사업지구의 공장용지 등 다른 용도로의 전환 검토 용역’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다. LH양산사업단장 입에서 나온 예상 밖의 발언은 양산시의 미온적 대처를 추궁하는 빌미가 됐다. 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공직자의 태도에서도 사뭇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장급 이하 중간관리자 그룹의 실무적 답변과는 달리 일부 국장급 고위직 공무원들은 생방송을 의식한 듯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저돌적이리만큼 의원의 지적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그런 답변태도에 대해 시장에 대한 과잉 충성을 드러낸 것이라 여기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행정사무감사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소관 업무에 대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공무원을 상대로 예리하면서도 신랄한 질문으로 잘못된 관행과 사무처리를 지적함으로써 시정 답변을 받아낸 것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또한 늦은 저녁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했던 감사장의 뜨거운 열기는 시민의 대리인으로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행정사무감사 첫날 첫 회의에서 사무감사와는 무관한 일로 위원장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상임위원 직을 사퇴한다면서 감사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이 있었다. 그 바람에 해당 상임위원회는 하루 반 동안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산업건설위원회의 <대운산자연휴양림관리운영조례 개정안> 심의과정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시에서 제출한 개정안에는 숙박시설 이용료를 평균 1일 1만원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조례개정안은 지난해 12월과 올 4월 두 차례 상정됐다가 양산시민에 대한 이용료 감면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의원 요구에 따라 심사보류된 바 있다. 다시금 똑같은 개정안이 상정되자 심의과정에서 몇몇 의원들이 이 문제를 거론했고, 담당 국장도 의원들이 시민 할인에 관한 수정안을 제시하면 받아들이겠다고까지 응했는데 막상 표결에 회부하자 아무 이의도 없이 원안 통과시킨 것이다. 수정안이 철회되고 반대의견은 개진함이 없이 그대로 통과되는 광경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뒷통수를 얻어맞는 격’이 됐다. 회기 막바지 시정질문에서도 다소 맥빠진 질문이 이어져 예봉이 꺾인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지방선거를 1년 남짓 앞둔 시점에 다양한 합종연횡이 예상되긴 하지만, 시장을 답변석에 불러놓고 집행부의 실정(失政)을 적시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신랄한 질문을 기대했던 시민들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보면서 의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감사장에서의 지적으로 끝내지 말고 향후 집행부의 개선 의지와 시정조치를 계속 감시해 달라는 것이다. 일회성 호통 이벤트로 끝내는 관행을 만들어서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해 나갈 수 없다.
양산물금택지개발사업지구(이하 양산신도시) 내 공원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한국디자인진흥원 부설 디자인센터 건축용 부지를 둘러싸고 시와 시의원 간의 설전이 예사롭지 않다. 양측의 대립각 만큼 사태의 복잡성 또한 심각해서 서로 물러설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허가 신청이 접수돼 시청 내부 협의를 거치고 있는 바, 기싸움의 결말이 자못 궁금하다. 지난 14일 양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종대 의원은 “디자인센터 건립 예정부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소유로 되어있어 양산시가 공유재산으로 보아 시의회 동의를 거쳐 무상 제공을 결정한 것은 미래의 공유재산을 임의로 조치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동의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옥 양산시도시개발사업단장은 “현재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LH와 협약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시와 의회 간의 해묵은 논쟁은 지난해 8월 양산시장이 제출한 <디자인센터 유치에 따른 부지제공 동의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되고, 12월 양산시와 한국디자인진흥원 사이에 협약이 체결되면서 촉발됐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제19대 박희태 국회의장 시절, 양산을 디자인 중심도시로 건설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됐다. 2011년 12월 국비 50억원이 우선 확보됐다. 박 의장과 양산시는 디자인센터를 유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총사업비는 270억원으로 전액 국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다만 부지는 양산시가 제공한다는 조건이었다. 양산시는 마침 조성 중인 양산신도시 내에서 방법을 찾기로 했다. 물금읍 가촌리 일원 양산신도시 7호근린공원 내에 부지 1만㎡를 제공하기로 하고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을 통해 ‘전시장’이라는 공원시설 부지를 승인받았다. 문제는 이 땅이 내년 6월로 예상되는 공원조성사업 준공 이후에 양산시로 귀속될 땅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년 뒤에 시 재산이 될 땅’이다. 아직 확보되지 않은 공유재산을 대상으로 무상제공을 결의한 것은 무효라는 주장이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다. 양산시는 한국디자인진흥원과의 협약에서 센터 건립에 필요한 부지 1만㎡를 무상 제공한다고 못 박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공유재산 관리의 근거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동 시행령> 어디에도 사용료 면제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법 제24조에는 ‘시행령으로 정하는 경우로서 지방의회가 동의한 경우’라고 면제대상을 명시하고 있다. 부산시의 사례가 거론됐지만 광역시·도의 경우에는 특별법이 제정돼 사용료 면제의 근거가 있는 반면 기초 지자체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해 8월 시의회에서 무상제공 동의안이 처리될 때에도 의회 전문위원실의 자문에 응한 입법고문 서우선 박사는 이러한 법 규정을 들어 귀속 예정인 공유재산을 ‘디자인센터’가 무상사용하도록 시의회가 동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단을 해준 바 있다. 시는 도시공원법이나 택지개발촉진법 등의 예외규정을 거론하지만 공유재산에 관한 한 이에 적합한 근거는 없다. 양산시가 디자인센터 유치 사업과 관련해서 일관되게 내세우는 논리가 있다. ‘시민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법의 긍정적인 해석’이라는 말도 등장한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법규정의 글자 하나, 문장 하나에 얽매지 않고 되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담당 국장의 발언대로 LH와 협약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더욱 말이 안 된다. LH 입장에서는 어차피 양산시로 무상귀속될 재산인데 시의 요청대로 안 해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가올 미래에 시 소유로 될 것이 확실한 토지를 지금 소유자가 동의하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행정행위일 뿐이다. 시의원의 표현대로, ‘그렇다면 의회 동의가 왜 필요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최근 양산시는 하북면 초산리에 조성한 한송예술인촌 내 종합전시장 건물에 정부기관인 양성평등원 남부센터를 유치해 사무실과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데 대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런 용도변경과 함께 무상임대의 위법성에 대한 감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 근린공원에 지어질 디자인센터가 나중에라도 공원 내 용도와 재산관리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다면 그때 가서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동면 사송리 일대 40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땅이 풀리자마자 신도시 조성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 수용됐다. 지주들은 오랜 규제에 따른 재산권 행사 제한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의 공공택지개발사업에 적극 협조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여 토지를 매수하고 난 뒤 LH는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며 공사 착수를 미뤄 왔다. 지난해 말에는 아예 사업기간을 6년 연장했다. 지난주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도중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LH사업단 방문조사 시, 깜짝 놀랄만한 발언이 나왔다. 지역에서 떠도는 소문에 대해 확인을 요구한 시의원의 질문에 LH사업단장이 ‘공업용지 또는 물류센터로 용도 전환을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했다’고 발언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당초 매수 목적과 달라 주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항의하는 시의원에게 그렇다면 ‘환매해 가면 된다’고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송미니신도시 조성사업의 기본방향이 흔들리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해 추진되고 있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북정선 연장사업의 근간이 위태롭게 되는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시 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대(새누리, 동면ㆍ양주) 의원에 따르면, 양산시 관계 공무원들이 이미 LH의 용역 발주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국장급 책임자는 사전에 주민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4월에 발주된 것이지만 이때까지도 시장은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지난 14일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의 증인신문에서 다시 쟁점이 됐다. 이 자리에 불려나온 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은 LH가 자체용역 결과에 따라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전환을 추진했을 때 이를 저지할 방법이 있느냐 하는 의원의 질문에 최종허가관청이 아니라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런 발언이 얼마나 허망한 면피성 발언인지 잘 알고 있다. 최영호 의원 등 다른 의원들도 지적했듯 거대 공기업이 자신의 논리에 따라 사업의 시기나 용도, 방향 등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나가더라도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대로 바로잡기 어렵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순방 시 사송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이 LH의 재정난 등으로 연기됐다는 보고를 했음에도 외부적으로는 조속한 추진을 협의해 나가겠다는 공염불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약칭 ‘사송미니신도시’라고 불린 사송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은 애초부터 사후 분양문제가 관건이었다. LH의 또다른 사업장인 양산물금신도시가 15년 이상 지지부진하면서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경기부진으로 신규 주택 분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LH는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사업이 결정된 대부분의 현장에서 착수를 미루어왔고, 사송지구도 땅 매수가 거의 끝난 시점에서 사실상 공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LH의 입장에서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일단 준공을 미뤄놓고 다른 용도를 생각해 보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산시는 철저히 무시당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동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송보금자리주택건설사업은 양산시의 새로운 성장동력 가운데서도 가장 앞 순위에 해당된다. 웅상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무시한 채 부산도시철도 1호선 노포~북정간 연장사업이 결정된 배경에는 사송신도시가 결정적 호변수로 작용했다. 이미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쳐 노선안까지 확정했고 공사를 위한 설계가 착수됐다. 양산시는 6년에 걸친 예산 투입계획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경전철사업 경제성의 근거가 된 사송지구가 주택단지가 아닌 공단이나 물류센터로 바뀐다면, 또 이로 인해 LH의 사업비 분담 협의가 불투명하게 된다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LH 사업단장의 이번 발언은 거대 공기업이 지방의 소도시 행정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십여년동안 물금신도시 조성사업 과정에서도 LH는 지역의 발전보다는 ‘땅장사’로서의 이윤 극대화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싼값에 사들인 사송지구 땅을 조속히 처분하기 위해 다른 용도로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는데도 양산시가 아직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아 뭐라고 할 수 없다는 등의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LH의 ‘땅장사’ 행각에 들러리 노릇을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윤영석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상고 여부에 따라 대법원까지 갈 수도 있지만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던 윤 의원으로서는 이번 판결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윤 의원은 지난해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송인배 후보를 4천999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의 기쁨도 잠시, 의원 배지를 단지 5개월 만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다. 엉뚱하게도 같은 당 현영희 의원의 공천 비리 사건 수사과정에서 나온 통화기록이 빌미가 됐다. 윤 의원은 공천과 총괄기획을 도와주는 대가로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3억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10월 첫 재판이 열리고 11월 23일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이었다. 하지만 이때 법원은 공천 대가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윤 의원으로서는 다행이었다. 고등법원에 항소한 윤 의원은 6개월에 걸친 항소심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무죄 입증에 나선 끝에 지난 6월 5일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윤영석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시민들로부터 ‘더이상 낙하산 공천은 안 된다’는 요구에 화답해 탄생한 40대의 젊은 신인 정치인으로 출발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서울시청에 근무하면서 도시브랜드를 전공으로 마케팅을 담당했던 엘리트로, 중국과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 연구인력으로 참가했고, 최근까지 아시아도시연맹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7명의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두 번의 경선 끝에 현역인 조문환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음으로써 ‘낙점’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공천’을 받은 첫 인물이 됐다. 양산은 최근 야권 지지가 많이 늘어나긴 했으나 유권자 성향이 여전히 새누리당(과거 한나라당 포함) 우호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면서도 3선의 나오연 의원 퇴진 후 내리 세 번을 지역 연고가 없는 낙하산 공천을 통해 지역 정치인의 출현이 좌절되면서 시민의 불만이 싹 터 왔다. 원동 시골 출신의 토박이 40대 정치 신인은 이런 배경 속에서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아 당선됐다. 하지만 시련은 곧바로 다가왔다. 윤 의원이 당선되자마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나니, 본인부터 지역구 방문이 위축됐다. 1심 판결이 나온 뒤에는 더욱 사정이 심화됐다. 지난 18대 허범도 의원이 최종심까지 가면서 끝내 당선 무효가 되는 전례가 있었던 만큼 2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지리라는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당연히 시중에서는 10월 재선거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왔다. 4월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씨가 서울에서 당선돼 국회로 입성하고 가을의 재ㆍ보궐선거에서 독자적인 세를 규합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안 의원 선조의 고향인 웅상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무성하게 나돌았다. 여당의 중진급 원외인사나 지난 선거의 패자 송인배 씨도 재선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권 지도부에서 윤영석 의원의 무죄 가능성을 기대한 것과는 달리 지역 정가에서는 알게 모르게 윤 의원에 대한 홀대가 눈에 띄었다. 장기간 재판에 몰두하느라 지역구 관리에 소홀한 윤 의원으로서는 내놓고 불평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느낄 정도로 지역에서의 대우가 관심사가 되곤 했다. 모르긴 해도 윤 의원은 ‘섶에 눕거나 쓸개를 씹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이번 항소심에서의 무죄 선고는 그동안 양산이라는 향토의 정치사를 얼룩지게 했던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중요한 사건이다. 18대 허범도 의원의 당선 무효, 재선거를 통해 나온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봉투 사건과 함께 윤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앞선 민선 시장 3명의 형사처벌 관련도 오명에 더해졌다. 만약 이번에 윤 의원의 사건마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시민의 자존심은 상당히 상처를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무죄선고를 받은 후 윤 의원은 진실 규명에 대한 소회와 함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고마움을 토로했다. 또한 정계에 입문할 때의 초심이 전혀 훼손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우리는 윤 의원의 2심 무죄 판결이 최종심은 아니지만 침체된 지역발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와 중앙정부간의 교량 역할과 함께 국가의 동량(棟梁)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시민이 한 마음으로 후원하고 지지했으면 한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지만 멋진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아이, 가정이 어려워도 내색 않고 씩씩한 아이, ‘놀토’의 주말이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아이, 탈선의 유혹 앞에서 우리 가락의 신명에 빠져 다시 길을 찾은 아이…. 1%의 상위 그룹 아이들은 주변의 관심과 넘치는 지원 속에 자기 목표를 향해 순항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아이들은 진로를 찾지 못해 청소년기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하지만 이 선생님을 만난다면 새로운 희망이 열릴 수 있다. 평범한 아이들의 끼와 적성을 찾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헌신해 온 선생님에게 그에 걸맞은 인증이 이루어졌다. 웅상고등학교 이영욱 선생님 이야기다. 교육부가 제정한 ‘제2회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가 된 것이다. 전국에서 10명, 경남도에서는 이 선생님이 유일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 상의 공동 주체가 한국교원총연합회라는 것이다. 교총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상반되는 교원단체다. 이영욱 선생님은 양산에서 전교조 설립을 주도했고 지회장까지 역임한 인물로 지금도 전교조 교사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가 이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15년 전이다. 중학생 아들 덕에 학교운영위원이 되어 2년을 종사했는데 그때 이 선생님을 만났다. 교사 자격으로 운영위원이 된 이 선생님과 또다른 교원 위원과 함께 학교의 구태의연한 행정관례를 타파하는데 서로 죽이 맞았다. 수학여행 숙박지를 직접 답사 선정함으로써 비용은 줄이고 대우는 크게 향상시켰다. 전세버스의 선정도 경쟁에 부쳐 싼 값에 최신형 버스를 계약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졸업앨범 제작도 기존의 수의계약 관행을 지양해 디자인과 제본의 경쟁입찰을 유도했다. 학생들은 좋아했지만 교장을 비롯한 행정부서와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사심없이 자녀들을 위한 일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후로는 교직원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기억된다. 이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옮긴 뒤에도 한 차례 더 요청에 의해 운영위원을 맡았는데, 이 선생님의 순수한 의지를 마다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선생님은 그때만 해도 다소 이념적이고 강경하게 인식됐던 전교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완화시킨 분이라 생각한다. 한때 이 선생님은 여성이지만 ‘무서운’ 선생님으로 통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양보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성향이 그랬고, 아이들에게 한없이 넓은 마음을 가졌지만 꼭 지켜야 할 일에는 단호한 엄격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급기관이나 지휘계통에 고분고분하지 못한 사람으로 생각되기 일쑤였고, 학생들에게도 호랑이 선생님 인상을 주곤 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고, 진심은 서로 통하게 되는 법이라 교직원 사회에서나 아이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생님이 됐다. 이영욱 선생님의 ‘올해의 스승상’ 수상 소식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근래에 와서, 우리 사회 교육의 문제점들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적 위주 교육의 폐해는 개인의 독창성과 의지를 억제시킴으로써 상대적인 소외감을 갖도록 해 아웃사이더로 발전하는 배경이 돼 왔다. 청소년기에 예ㆍ체능이나 기술을 배우는 일이 주변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공부에 관심을 잃거나 성적이 저조한 아이들은 자신의 장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고 탈선의 유혹에 노출되곤 한 것이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의 사례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관련기관들은 오로지 사태의 직접적인 해결방법에 몰두할 뿐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대책 마련에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마저 인성교육 강화를 부르짖을 따름이다.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교사들 스스로 주도적인 인성수업에 나서게 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자문할 때다. 이 시대에 이영욱 선생님의 학생지도 방법과 실제는 충분히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들 스스로 동아리활동에 뛰어들고, 주말 자원봉사에 나가 구슬땀을 흘리며, 진로를 찾아 필요한 노력을 해나간다면 학교폭력방지를 위한 교내 경찰관의 순찰이나, 인원을 동원한 거리캠페인도 필요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밀알이 필요하다.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잘 살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스승의 길 아니겠는가.